운장쌤 [395323] · MS 2011 · 쪽지

2017-06-22 22: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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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주의)종강 기념으로 써보는 여름방학 대비글 - 올해와 내년의 여름방학은 달라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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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 사범대학에 재학중인 한 93년생 아재입니다. 맨날 사리사욕 채우러 과외시장만 들락날락하다 오랜만에 재수생때 자주 눈팅하던 오르비 게시판에 놀러왔어요. 이제 여름방학이 다가오네요. 과외학생들도 그렇고 주변 많은 수험생 지인들이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에 대한 상담을 많이 해옵니다. 마침 모 선생님으로부터 수험생 대상으로 여름방학 대비 전략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수험생 시절에 오르비 눈팅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나서 글 쓴 김에 혹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올려봅니다. 수험생 여러분 모두 화이팅하세요!!


여름방학 ‘줄타기’ 전략
-올해와 내년의 여름방학은 달라야만 한다-


 하늘은 참 가혹합니다. 하늘은 1년 사계절 모두 놀고, 연애하고, 여행하기에 딱 좋게 만들었지, 어떻게 단 한 계절도 ‘책상에 가만히 앉아서 공부하기 좋은 계절’을 만들어주지 않았을까요? 봄에는 벚꽃, 진달래, 철쭉이 당장이라도 꽃놀이하러 가고 싶게 만들고, 여름이면 해수욕을 하거나 어디 저 깊은 산 속 계곡을 찾아 피서를 떠나고만 싶습니다. 심지어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마저도 선선한 날씨와 예쁜 단풍 덕분에 바깥에서 운동을 하기에도, 나들이를 가기에도 좋습니다. 추워서 안에만 콕 들이박혀있고 싶은 겨울에는 전기장판을 틀고 귤을 한 가득 쌓아두고서 누워 핸드폰을 하거나 TV를 보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없지요, 반면 봄에는 황사와 꽃가루가 날려 눈도 코도 고생이라 집중인 마당에 춘곤증도 와서 공부가 안 되고, 여름엔 더워서 집중이 안 되고, 가을에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집중이 안 됩니다. 하지만 어느 계절에든 학생이 공부를 안 한다면 주변의 잔소리는 물론이고 스스로도 심적 부담이 크기 마련입니다. 특히 여름방학 때는 더욱 더 그렇습니다. 학교는 쉬지만 공부는 도무지 쉴 수가 없습니다.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온 고3 및 N수생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책상 앞에 앉아보니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남은 것도 같기도 하고, 어떤 학생들의 경우에는 반대로 한 게 너무 없는데 반해 시간은 너무 적게 남아서 자포자기 하고도 싶어지죠. 하지만 모두가 알고는 있습니다. 여름방학이 11월 대수능 결과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요. 사실 여름방학은 본인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든, 그 이상으로 중요한 시간입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여름방학 동안 머리가 터질 듯이 공부만 하는 것은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여름방학 이후에도 수능까지 약 두 달 여 간의 시간 동안 꾸준히 달려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어떻게 여름방학을 보내는 것이 좋을까요?
저는 훌륭한 여름방학을 보내기 위해서는 ‘줄타기’를 잘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줄타기란 여러 요소 간의 밸런스를 잘 조절하는 것을 의미해요. 크게 보면 공부와 휴식, 국영수와 사탐, 자기주도학습과 학원 강의, 인강, 과외 사이의 줄타기라고 볼 수 있어요.


첫째, 공부와 휴식간의 줄타기


황진이의 시조에서 시간을 뚝 잘라 ‘서리서리 넣었다가 구뷔구뷔 펴는’ 것처럼 집중력을 조절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우리가 인간인 이상 그건 도무지 불가능한 일입니다. 인간의 뇌는 어느 정도 지식을 넣어놓은 후에는 휴식을 통해서 넣어놓은 지식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만일 여름방학 동안 죽도록 공부만 한다면 몸과 마음은 지친데 머릿속에 남은 것은 생각보다 없는 안타까운 경험을 할 수도 있어요. 따라서 적절한 휴식이 필요합니다. 다만 이 때 휴식은 과해서는 안 됩니다. 휴식하는 날에는 그 날 할 학습량을 평소보다 조금 적게 설정해두고 평소보다 조금 덜 공부를 하면서 휴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간의 몸은 고통스러운 활동에 대해서는 관성이 붙는데 오랜 시간을 요구하고, 즐거운 활동에 관성이 붙는 데는 찰나의 시간밖에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쉬는 날일지라도 조금씩의 공부를 해주어야 내년 요맘때쯤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수능 100일’이 아닌 ‘종강’을 맞이할 수 있어요!

둘째, 국영수와 탐구 과목들 간의 줄타기


여름방학은 학교 수업도, 내신 시험도 없기에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 훅 늘어나는 기간입니다. 국영수야 학교 수업 시간에도 다루지만, 탐구 과목들은 운 좋게 내신 과목과 본인의 선택 과목이 겹치지 않는 이상 아무래도 학기 중에 완성하기는 어렵지요. 그렇기에 탐구 과목들을 완성함에 있어서 여름방학은 더없이 좋은 기회입니다. 방학 동안 그동안 국영수에 밀려 섭섭했을 수도 있을 탐구 과목들에 관심을 쏟아주세요! 다시 2학기가 시작된다면 학교 수업에 치여 탐구과목들을 따로 주의 깊게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요. 여름방학 동안 탐구과목들을 100% 완성하고, 2학기에는 완성된 탐구과목을 굳힌다는 목적을 가지셔야 합니다. 하지만 국영수 점수만으로 대학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듯, 탐구과목 점수가 아무리 높아도 국영수 점수가 떨어진다면 역시 타격이 크겠지요? 따라서 탐구과목을 완성하되, 국영수를 공부하는 시간과 스케줄에는 영향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자기주도학습과 학원 강의, 인강, 과외 간의 줄타기


정해진 커리큘럼을 따라가야 했던 학기 중과 달리 방학 중에는 학습의 자율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이제껏 학교 수업에 투자했던 많은 시간들이 해방됨에 따라서 그 시간들을 스스로 알아서 분배해야합니다. 어떤 학생들은 이 시간에 그간 부족했던 과목을 보충하려 단과 학원에 다니기도 하고, 인강을 새로 신청하는 학생들도, 과외를 받는 학생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학원, 인강, 과외 선생님의 힘만으로 1등급을 맞을 것이라 생각하면 그것은 크나큰 오산입니다.아무리 좋은 학원 강의, 인강, 과외를 받는다고 해도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 없으면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것밖에 되지 않아요. 혼자서 100시간 공부를 한 학생과, 100시간 동안 대치동 일타 강사 강의만 들은 학생, 둘 중에 성적이 더 많이 오르는 학생은 단연 전자의 학생일 수밖에 없습니다. 후자의 학생은 남의 지식을 듣기만 했고, 전자의 학생은 방법이 어떠하든지 자신의 지식을 만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방학 동안 여름방학 단과 특강을 듣는 것도, 인강을 듣는 것도, 과외를 하는 것도 좋지만, 양질의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과 본인이 성장하는 것은 서로 다르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세요. 몸짱이 되기 위해서는 좋은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스스로 운동하지 않고 좋은 영양소를 섭취하기만 한다면 살만 어마어마하게 찌거든요. 좋은 영양분을 섭취하기만 하고 스스로 운동하지 않는 사람은 비유를 하자면, 넓은 초원에서 자유로이 뛰노는 튼튼한 종마가 아니라 유기농법으로 키운 돼지가 될 뿐입니다. 여기 저기서 좋은 양분을 공급받을 뿐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한 완벽한 자습을 통해 여름방학을 틈타 ‘공부짱’이 되세요!

위 제시한 세 가지를 모두 잘 지켜가며 공부하기 위해서는 ‘플래너’를 완벽히 유지하는 것이 필요해요. 플래너는 단지 스스로 스케줄을 잘 지켜가며 공부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솔직하고 성실하게 플래너를 유지하다보면 자신이 어디에서 어떻게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자신이 하루에 무리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등 자기도 몰랐던 자신의 많은 부분을 발견하게 됩니다. 또한 과목별로도 어떤 과목을 어느 정도 보충해야 하는지, 앞으로 그 과목을 어떻게 공부하면 될지, 얼마나 공부해야 할지 등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무엇보다도 위 세 조건의 줄타기가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는지는 본인의 플래너를 보면 한 눈에 알 수 있지요. 지칠 때 하루하루 성실히 쌓인 플래너를 돌아보면서 얻는 보람과 힘은 덤입니다!

제 고3과 N수 경험으로 비추어봤을 때, 6평 이후에는 많은 학생들이 쉽게 자만하거나, 끝없는 멘붕에 빠집니다. 고3 학생들에게는 고3이 된 이래 N수생들과 함께 치른 첫 시험이고, 갑자기 나타난 N수생들의 존재가 버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N수생들은 이미 수능이라는 시험에 대해서는 익숙한 존재입니다. N수생들의 경우에는 늘 N수생끼리만 경쟁하다 고3들과 함께 본 첫 시험이기에 평소보다는 대체적으로 등급이 상승하는 편입니다. 사실 이는 당연한 현상입니다. 학교 수업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고, 내신 시험도 있기 때문에 수능에만 집중하지 못하는 고3들에 비해서는 N수생이 수능에 대해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6평을 잘 보지 못한 고3은 N수생의 벽을 체감하며, 잘 보지 못한 N수생의 경우에는 N수에 대한 회의를 느끼며 좌절하게 됩니다. 반면 6평을 잘 본 학생들의 경우에는 고3이라면 N수생의 벽을 넘었다는 생각에, N수생이라면 역시 고3들이 든든한 발판이 되어준다는 생각에 자만하게 됩니다.
하지만 위에서 나열한 생각이 들었던 사람들이면 누구든 생각을 고쳐먹어야 합니다. 약 50일의 여름방학은, 그리고 수능까지 남은 백여 일의 시간은 그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나도 신기할 것이 없는 시간이에요. 한 학기 동안 수능과는 연을 끊고 살다가 수능에 대한 희미한 기억만을 가지고 돌아오는 반수생들이 그 시간 동안 열심히 공부하여 SKY를 가기도 합니다. 그러니 지금 수능을 공부하는 여러분들은 지금 상황에서 더 바뀔 것이 없다는 마음가짐보다는 그 어떤 것도 변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공부하셔야 합니다. 6평 성적은 여타 모의고사 성적들과 다를 것 없이 수능 점수에 그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자. 이제 시작입니다. 죽도록 힘들 수도 있지만, 아마 죽도록 힘들겠지만, 그럴 땐 잠깐 숨 돌리고 가는 것도 잊지 마세요. 전국이 들뜬 이 여름에 학구열로 들뜰 수 있는 것은 지금뿐이니 이 순간을 즐기라는 말은 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공부하는 보람은 느끼기 쉽지 않은 것이기에 한번 맛들이면 빠져나오기 싫을 정도입니다. 거짓말하지 말라고요? 과거는 미화되기 마련이라고요? 잘못된 명제입니다. ‘결과가 좋을 때’라는 전제가 있어야만 비로소 과거가 미화됩니다. 놀고 싶어 미칠 것 같은 마음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금 불안하게, 찌질하게, 눈치 보며 놀지 마시고, 이번 여름방학, 그리고 앞으로 백여 일의 시간을 충실히 보내신 후에 대학 가셔서 당당하게, 멋있게, 눈치 볼 것 없이 노시기 바랍니다. 올해의 봄, 여름, 가을 겨울엔 비록 마음껏 놀라는 하늘의 뜻을 따르지 못해도, 내년의 봄, 여름, 가을, 겨울에는 하늘의 뜻대로, 계절 별로 챙겨가며 사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수능 선배로서 오늘도 머리 싸매고 공부하시는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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