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그릇대로 먹고 사는거다"라는 말이 제일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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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살면서 싫어하게 된 말, 좋아하게 된 말, 무서워하게 된 말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이번에는 '무서워하는 말'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미국 교육에서 아주 중요시하며 자주 말하는 단어가 'consequence'입니다. 영단어 중에서 다소 학생들이 생소하게 느낄 단어인데, 뜻은 '결과'입니다. 좀 더 의도와 내포한 의미를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대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초딩 1년을 미국에서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해당 단어를 꽤 자주 들었었죠. 수업시간에 이 단어를 가르쳐주는데 단순히 의미를 알려주는게 아니라 자기네 교육철학, 사고방식에 중요한 개념을 말해주었습니다.
(consequence는 단순히 '결과, 결론'보다는 '맞을 짓을 했으니 맞는다'라는 개념에 좀 더 가깝습니다)
어느 한 가정에서 아이가 부모님과 약속을 했습니다. 오늘 저녁 6시 전까지 밖에서 놀다가 집으로 들어오겠다고. 그런데 그 아이는 놀다가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그 약속을 어기고 저녁 7시 쯤에 들어갔습니다. 그 아이의 부모님은 이런 메세지를 남기고 집을 비워두셨습니다.
"오늘 엄마아빠랑 저녁 6시까지 집에 돌아오기로 약속했지? 근데 니가 약속을 어겨서 기다리다가 니 동생이랑 3명이서 밖에 저녁을 먹으러 나갔단다"
이게 실제 수업에서 선생님이 읽어준 수업 자료입니다. 전 여기서 '공포'를 느꼈습니다. 보편적인 한국인의 시선에서도 보면 다소 매정하고 차가워보이며, '아무리 그래도 애가 좀 놀다보면 늦을 수도 있지 그걸 가지고 저렇게까지하나'라는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이 대목이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교육철학적 차이입니다. 미국은 개인주의적이며, 아주 강력한 국토를 가지고 외세에 대해서 안전한 나라입니다. 또 사회 자체도 한국처럼 역전이라던지, 아주 큰 사회적 성공에 그다지 집착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소하게 자기 즐길꺼리 즐기고 일하다가 조용히 삶을 마치죠.
그래서 사람들이 정말 자기 그릇대로 살아갑니다. 사회나 부모가 터치도 별로 안하고, 자기가 하고 싶으면 열심히 하고 크게 성공하는거고, 아니면 그냥 적당히 하면서 자기 삶 사는거죠. 자신이 어떤 삶을 '선택' 했으니, 그에 대한 책임과 결과를 자신이 짊어져야 한다고 미국교육에서 강조합니다.
(한국에선 마치 모든 학생들이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가 되길 바라는데 절대 불가능한 소리입니다. 미국에서도 극단적인 성공이자 극단적인 소수의 사례이기 때문에 우리 귀에까지 들려오는거지 모든 미국인이 이런 삶을 사는건 아닙니다)
반대로 한국은 누구나 사회적인 큰 성공, 역전, 아주 짜릿한(?) 결과를 원합니다. 누구나 큰 성과와 발전을 추구하며, 그렇기에 악착같이 무언가를 하기도 하며 사회나 부모님이 눈치도 많이 주십니다.
그런데 한국인 부모님들이나 선생님들 중에서 학생들을 전혀 터치하지 않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통 이런 분들은 이런 말씀을 합니다. "자기 그릇대로 먹고 사는거지"
마치 미국의 교육철학처럼, 이런 분들은 우리에게 자유와 선택할 기회를 주되 그에 대한 책임과 대가를 스스로 짊어지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제가 이런 분들을 많이 만나봤었는데, 이분들이 평소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하시지 않는다고 제 공부에 무관심하신게 아닙니다. 오히려 평소 잔소리하고 참견하시는 분들보다 더 냉정한 눈으로 저를 지켜보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공부하고 일하라고 때리고 회초리를 드는 사람들보다, 이렇게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냅두면서 그에 대한 결과를 스스로 짊어지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훨씬 더 무서워합니다. '자기 그릇대로 먹고 사는거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태한 필자는 화들짝 놀랍니다.
(정치에서도 비슷한 말이 있습니다. 국민들은 자유롭게 선택과 투표를 했기 때문에 그로 인한 혜택을 누리고, 또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한국은 점점 더 미국같은 성격을 띠게 될 것이며 이미 상당부분 과거에 비해 더 자유로워지고 여유로워졌습니다. 그러나 잔소리가 사라졌다고 해서, 사회의 참견이 사라졌다고 해서 방종을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에는 불완전한 자유를 누리는 대신 책임의 일정 부분을 물지 않았지만, 이제는 모두 우리 스스로의 책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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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ㄱㄹㅇ 진짜 진짜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저 마인드를 못고쳐서 우리나라가 근본적으로 그런겆죠 ㅇㅅㅇ
우리나라에서 맨날 말하는 '애가 좀 그럴수도 있지' 마인드 정말 싫어요
애는 그럴수 있어도 너(애 부모) 는 그러면 안되죠
자유가 주는 압박이..ㅇㅅㅇ
저도 저렇게 '스스로 선택한것을 스스로 책임져라' 교육하시는분들 생각하면 할수록 살면 살수록 더 무섭게 느껴집니다.
제가 돈벌고 공부해보니 저말이 더욱 무겁게 느껴집니다
consequence(s)는 원인과 결과를 거의 다이렉트하게 연결짓는 것이 가능할 때, 결과쪽 부분을 가리킵니다...
제일졷같음
부모님이 저런 케이스이신데
확실히 탓할 사람이 저밖에없으니까 혼자서 이것저것많이고민하다 선택하게되더라구요
우리 국민의 수준은 문재인이라는거네요....
ㅠㅠ
개인적으론 저 철학에 백번 공감하게 된 것이 사람 고쳐쓰는 게 아님을 경험들을 통하여 깨닫게 되면서부터였네요
전 오히려 이런 철학이 더 마음에 드네요. 사회나 부모로부터 오는 집착이 너무 싫습니다 ㅠ
내가 나를 놓아버릴까봐 무섭다
You deserve it
원래 자유의 대가가 크죠..
오랜만에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글을 읽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