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보내줘 [509520] · MS 2018 · 쪽지

2020-08-30 20:46:40
조회수 86,580

로스쿨에 오고싶은 분들께 드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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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인설대형에 재학중인 로스쿨생입니다


오르비는 오랜만에 들어옵니다ㅎㅎ


다름이 아니라 곧 개학인데 기분이 너무 싱숭생숭해서 나름 신세한탄? 조언?을 하고싶어서 글을 써봅니다


결론부터 먼저 적자면 로스쿨에 오고싶은 분들, 오지마세요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세요



우선 로스쿨 생활부터 적어보겠습니다


로스쿨 생활은 말이 안나올 정도로 힘이 듭니다


공부량이 살인적일 뿐더러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닙니다


변호사시험을 치르기 위해서 3년동안 민법, 헌법, 형법, 상법, 행정법, 형소법, 민소법, 기타 선택법을 전무 소화해내야합니다


거기다가 사법시험과 다르게 지엽적인 문제는 출제가 덜 되는 편이지만 소장이나 기타 문서작성능력을 보는 기록형 시험을 보기 때문에 사법시험과는 다른 종류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이공계에서 오신 분들은 고3때 이렇게만 공부했으면 의대를 갔겠다고 할 정도입니다


거기에 학점이 바로 진로로 결정되는 곳이라 학점경쟁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어느 로스쿨을 가든 과반수가 SKY출신에 스펙부터 학점까지 모든게 괴물인 사람들이 오기에 대학에서의 학점경쟁을 생각하면 안됩니다


그리고 엄정상대평가이기 때문에 학점을 A+부터 C-까지 칼같이 잘라서 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 같이 잘해보자는 분위기는 솔직히 형성되기 어렵고 다들 예민함에 가득 차있습니다


불안장애나 우울증으로 약을 먹거나 심리상담을 받는 학우들도 있고 허리, 목디스크, 팔목통증, 시력저하 등 질병을 호소하는 학우들도 많습니다


금전적인 부분도 많이 부담스럽습니다


로스쿨 학비만 사립대의 경우 한학기에 1000만원정도 들어갑니다


대신 이 부분은 장학금이 잘 되어있습니다


저도 집이 그렇게 못살지 않지만 반액장학금을 받으면서 다니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외의 비용입니다


어느 로스쿨이든 학교수업만 들어서는 절대로 변시에 합격할 수 없습니다


준필수라고 할정도로 다들 학원강의를 듣습니다


현강은 많이 안듣고 인강을 많이 듣는데 민법강의의 경우 예비순환이 70만원 조금 넘습니다


다른 과목은 양이 적어서 조금 저렴하구요


3년동안 들어야하는 과목들을 대략 계산해보니까 600~800만원정도가 나왔습니다


거기에 3년동안의 생활비를 생각해보면 한달에 50만원만 잡아도 3년이면 1800만원입니다


더해서 바로 취업했을 시에 3년동안 벌어들였을 수입을 생각해보면 경제적 손실은 수천만원으로 늘어납니다



이렇게 3년 잘 버티면 끝인가요? 학점 안좋아도 변호사가 될 수 있지 않나요?


아닙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변호사시험을 통과해야 변호사가 됩니다


그런데 이 변호사시험이라는 제도 자체가 굉장이 문제가 많은 제도입니다


로스쿨의 한 해 입학정원은 2000입니다


반면에 변호사시험으로 한 해에 배출되는 변호사 수는 매년 다르지만 대략 1600~1700명정도입니다


그럼 300명만 떨어지는거 아니냐구요?


전 해에 떨어진 수험생들이 계속 누적되는데 합격자수는 변하지 않습니다


올해 변시에는 3316명이 응시해서 1768명이 붙었습니다


게다가 로스쿨을 졸업하고서부터 5년 안에 변시를 붙지 못하면 영영 변호사가 될 수 없습니다


왜 이런 문제를 해결 안하냐구요?


왜냐하면 정부는 관심이 없고 대중들은 법조계에 적대적이며 로스쿨과 변협은 밥그릇 챙기기에 바쁘기 떄문입니다


로스쿨은 합격률을 높이기를 바랍니다


자기 영향력 안에 있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반대로 변협은 합격률을 줄이기를 바랍니다


변호사 수가 팽창하면서 자기들의 파이가 위협받고 있거든요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서 진짜로 일말의 관심도 없습니다


로스쿨 교수 출신인 박상기 연로 교수님이 법무부 장관이 됐을때 일말의 희망을 가졌는데 돌아오는건 '현행 합격률, 현행 제도 문제없다' 였습니다


대중들은 법조인=기득권이라는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에 법조인이 잘되는 일은 절대로 두고보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합격률은 높이고 로스쿨 정원을 1000명대로 줄이는게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될 리도 없고 어떤 방식으로든 언제 해결될지 짐작도 안됩니다



그래도 변호사가 되고나면 좀 낫지 않나요?


네 아닙니다


변호사가 되면 6개월간 연수를 받아야합니다


이미 컨펌이 되어서 연수처가 정해졌다면 상관없지만 연수처가 정해지지 않았다면 변협연수를 받거나 사이트를 새로고침하면서 채용공고를 기다려야합니다


이 기간 중의 대우가 정말 비인간적입니다


심한 곳은 최저시급을 안주는걸 넘어서 30~40만원만 주거나 채용할 것처럼 말해놓고 6개월 뒤에 소모품처럼 버리는 곳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업계가 좁다보니 평판을 챙겨야해서 신고는 절대로 못합니다


그럼 이제 갓 졸업한 변호사의 진로를 상중하로 나눠봅시다


상은 소위 검클빅입니다 검사 로클럭 빅펌


이 안에 들어가려면 빅펌은 최소 인설대형 로스쿨이어야하고 거기서도 설로는 상위 50%, 연고로는 상위 20~30%, 성한이로는 상위 10% 안에 들어야합니다


검사와 로클럭도 로스쿨 학벌에 제한은 없지만 최상위권에 들어야하는건 마찬가지구요


이 직종들의 특징이, 돈을 많이 받거나 명예가 있는 직업인데 워라벨이 시궁창입니다


검사와 로클럭은 일이 많기로 유명하고 빅펌은 그 이상입니다


설명회에 와서 신입변호사가 자기는 아침 8~9시에 출근해서 새벽 1~2시에 퇴근하는게 일상이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곳이 빅펌입니다


cpa는 비지시즌이 아닐때 한가하기라도 하지 빅펌은 그런거 없습니다


심지어 5분 단위로 타임시트에 현재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있는지 적어야하는 곳도 있습니다


연봉은 억소리나게 받는다지만 하는 일을 생각해보면 수지가 안맞는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실제로 계산해보면 최저시급이 안나온다고 합니다


중은 중소형 로펌과 사내변호사입니다


종소형 로펌의 특징이 업무강도는 상대적으로 적은데 보수가 빅펌에 비해서 확연하게 떨어집니다


사내변호사는 워라벨도 좋고 다 좋은데 송무시장으로 이직이 힘들고 대우나 봉급도 일반 회사원입니다


하는 막변, 즉 개인사무소 직원 변호사입니다


3년동안의 시간과 노력을 다 떠나서 사회진출 초봉이라고 생각하면 많이 받습니다


350정도 받으니까요


상승률도 꽤 좋아서 6~7년차 되면 억대연봉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정도 오면 슬슬 나가라는 눈치가 들어옵니다


억대연봉자 한명을 쓰느니 신입 두명을 쓰는게 더 좋고 싸니까요


그럼 나가서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들거나 개업을 해야합니다



초반만 버티면, 경력이 쌓이면 괜찮지 않나요?


어느정도는 맞는 말입니다 업계 상위권 한정으로요


사법부로 진출하신 분들은 과로에 시달리시면서 공직에 계속 계시거나 로펌으로 전관예우 받으면서 돈벌러 가시겠죠


빅펌으로 시작하신 분들은 첫스타트를 잘 끊으셨으니 알아서 잘 하실거구요


중소형로펌도 중소형로펌끼리 이직하면서 생활이 가능할겁니다 사내변호사도요


그럼 막변은요?


막변은 다시 개인사무소 들어가서 350부터 다시 시작하던가 자기 사무소 차려야합니다


소위 말하는 개업변입니다


개업하면 좋지 않냐구요?


돈은 돈대로 나가고 사건수임은 절망적일정도로 안됩니다


변호사가 넘쳐나는데 파이는 그대로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래서 직원도 못쓰고 사무실 임대료도 못내서 쫒겨나거나 한 사무실을 공동임대해서 나눠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빚이 너무 많이 늘어나면 개인파산 개인회생 실무도 직접 한번 해보는거구요




생각나는대로 적다보니 너무 두서없게 적었는데 대충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로스쿨 3년은 정말로 고통스럽고 미래가 안보이는 3년입니다


제도의 문제점 때문에 변시는 오탈자(5번 탈락해서 변호사가 될 수 없는 사람)가 양성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변호사가 되어도 상위권 외에는 돈을 많이 벌지 못하며 상위권도 수명을 깎아가면서 돈을 법니다


경력이 쌓여도 로스쿨의 성적대로 소수를 제외하고는 계층이 나눠져서 계속 갑니다


이런 추세는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 한 더욱 심해질거고 제도는 개선될 계획조차 없습니다




솔직히 지금 너무 절망적입니다


변호사 수가 계속 늘어나는 이상 하방은 계속 무너질거고 조만간은 대졸 초봉보다 못벌 날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부가 너무 힘들어 죽지 못해 산다는 심정으로 꾸역꾸역 버티고 있지만 미래가 보이지를 않으니 의욕도 안납니다


내가 막변이 되겠어? 싶겠지만 설로도 하위권은 막변이 되는게 실상입니다


자신이 특별한 소수가 될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운좋게 변시에 붙어 변호사가 될 때에는 더 심해질거고 여러분이 오셔서 변호사가 될 때에는 더 심각해질겁니다


요즘 문득 법조인이 되고싶다고 생각했던 학창시절의 제가 원망스러워집니다


자려고 눈을 감으면 이과를 갔어야했는데, 차라리 cpa에 도전해볼걸,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자퇴를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떠오릅니다


저는 제 자식은 절대 로스쿨, 아니 문과에 보내지 않을겁니다


여러분도 로스쿨을 지망하고 계시다면 잘 한번 생각해보세요


집에 돈은 많은지 일이 많이 힘들어도 괜찮은지 돈을 많이 못벌어도 되는지 법조인이 적성에 맞는지 소명의식은 있는지




두줄요약


로스쿨 오지마세요


이과 가세요 젭ㅇ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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