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링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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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 대한 깊은 사색이나 칼럼을 주로 쓰는 사람입니다.
오르비에서도 이런 글들을 자주 올리면서 활동하면 의견을 나눌 학생분들, 선생님들이 많을 거라 생각해서 올려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반박해도 좋습니다.
진정한 멘토링은 무엇일까?
다른 말로 학습코칭이라고도 하는 멘토링, 이건 과연 뭘까요.
멘토로 일해본 적 있거나 멘티로 경험해본 적 있는 학생분들, 그리고 멘토링이라는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운영하는 분들은 다들 "멘티의 발전을 위하여 멘티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 보조해주는 과정"이라고 하더군요. 물론 이건 어렵게 말해서 그런 거고, 좀 더 간단하게 말하면 "모르는 거 질문하면 답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진짜 질문에 대한 답변만 해 주는 거라면 왜 그걸 사람을 가려가며 돈을 쥐어줘가며 해야하는 걸까요? 정보통신이 혁신적으로 발전한 지금 시대에서 모르는 것에 대한 답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얻을 수 있는 창구는 사람이 아니라 인터넷일텐데 말이죠.
정보통신에 대한 불신 때문일까요? 물론 익명성과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인터넷 세계인만큼 모든 정보를 신뢰할 수는 없다지만, 솔직히 우리게 멘토링 받고 싶어하는 정보들 중 대부분은 검증된 실력자 분들 덕분에 많이 퍼져있습니다. 아주 개인적인 진로나 고민 같은 게 아니라면 꽤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그런 부분보다 학생들이 정보를 자신에게 맞게 취사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결단력 있고 자아성찰을 확실하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꽤 많은 분들께서 학생들에게 조언할 때 "이건 님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거니까 스스로 뭐가 맞는지 알아야 해요"라고 하는데, 스스로에 대한 성찰을 충분히 한 사람이라면 사실 질문을 올리지도 않을 겁니다.
1+1의 답이 뭔지 모르는 것하고 1과 +를 모르는 것은 다른 차원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겪는 문제는 전자가 아니라 후자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해요. 자신이 겪는 문제의 해결책을 모르는 걸 넘어서서 자신의 문제가 뭔지조차 알지 못한다는 거죠.
멘토링은 그런 것을 짚어주는 데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 멘토인 사람들은 멘티가 스스로 눈치채지 못한 자신의 문제를 일깨워주는 역할을 해야 마땅합니다.
멘토링의 실체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부분까지 멘토링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멘토링 시간은 굉장히 한정적이고, 멘토들의 답변 역시 대부분 심도있기보다는 간결하고 즉답적입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여러가지인데, 크게 멘토링의 상품화, 멘토링 자체가 지니는 낮은 가치, 유료 멘토링을 담당하는 멘토의 자질 때문으로 보입니다.
멘토링도 상담의 일종이므로 엄연히 따지자면 금전이 오가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얼마든지 상품화가 가능하다는 것이고, 문제될 것도 없죠. 진짜 문제는 이 상품화가 점점 멘토링을 염가화, 양산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말로 주고 받는 무형의 무언가이기에 와닿지 않을 뿐이지 멘토링도 엄연히 설계가 가능한 상품입니다. 그리고 상품을 효과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사업가는 2가지 전략을 택할 수 있습니다. 상품의 단위 가격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상품 자체의 질적 가치를 높여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후자보다는 전자가 훨씬 쉽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상품이건 간에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그런 향상을 시키는 데 비용이 엄청나게 들기 때문입니다. 반면 가격 할인은 비용을 들일 것 없이 그 가격을 형성하는 요소를 축소시키거나 빼버리기만 하면 되기에 훨씬 간단합니다. 또한 손님들의 입장에서도 가격이 싼 쪽에 먼저 이끌리지 비싼 쪽으로 이끌리지는 않으니 훨씬 효과적입니다. 괜히 기업들이 가격 치킨 게임을 하는 게 아니죠.
위에서 언급했던 학생의 문제점 자체를 일깨워주는 멘토링이 되려면 학생의 전반적인 성향, 가치관을 이해해야합니다. 그런데 이걸 단번에 하려 했다간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들기 때문에 멘토링의 가격 역시 비싸게 책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비싸면 자연히 사람들이 잘 안 살 테고요. 그래서 사교육계와 전문 멘토들은 멘토링의 단위가격을 낮추기 위해 1회 멘토링의 시간을 크게 단축시킵니다. 뭐, 10분에서 1시간 정도로요.
단순한 개념 질답, 학습방향 설정 부분에서 멘토링을 받고픈 친구들은 딱히 깊이 있는 답변을 원치 않기 때문에 몇 차례 멘토링, 혹은 단 한 차례만 받고도 얻고 싶은 것을 충분히 얻습니다. 반면 학습법/태도 고민, 전반적인 개념 이해 같은 것이 질문이라면 몇 차례 가지고는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는 여러 번에 걸쳐서 결제하여 충분한 시간 동안 멘토링 서비스를 받으면 됩니다. 말 그대로 필요한 만큼 댓가를 지불하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겁니다.
이까지만 보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원하는 멘토링의 수준에 따라 다른 값을 지불한다는 건 합리적이고 상식적이거든요. 여러분도 대충 아시겠지만 멘토링은 단기 멘토링이 장기 멘토링보다 훨씬 많습니다. 사실 그걸 단기 멘토링이라 부르는 것도 조금 우스운 이야기입니다. 어떤 개념이나 문제에 대한 해설, 강의 커리큘럼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요구할 뿐이니까요. 독재학원의 질답조교 같은 형식입니다.
이런 수준의 질답은 굳이 전문가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해줄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멘토를 고용하는 업자들은 굳이 비용을 많이 들여가면서까지 고급 인재를 멘토로 들일 이유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냥 해설지나 세간에 떠돌아다니는 상식 정도를 읊어주면 그만이니까요. 그래서 업자들은 싼 값에 그나마 간단한 질답 정도는 받아줄 능력이 있는 대학생들을 멘토로 앉혀놓기 시작합니다.
이건 대학생이기 때문이 문제가 아닙니다. "간단한 질답 밖에 못 받아주는" 사람을 멘토로 앉혀놨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거죠. 이런 멘토들은 멘토링에 무슨 사명을 갖고 임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가성비 좋게 용돈벌이를 할 수 있어서 오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친구들에게서 깊이 있고 유의미한 대답이 나올 거라고 기대할 수는 없겠죠.
이런 경우 장기 멘토링은 바랄 것도 없고, 단기 멘토링조차 질적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답지 보고 읽어주고, 검색해서 알려주고, 가끔 응원해주고 희망고문 할 뿐입니다. 당연하게도 학생들은 그딴 걸 들으려고 멘토링을 신청한 게 아닙니다. 답지나 인터넷이 보여주지 못하고 해 주지 못하는 부분을 얻으려고 신청한 것이니까요.
결국 멘토링의 가격은 저렴해졌지만 그 수준은 훨씬 더 저렴해져버린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어찌되었건 멘토링이라는 것이 돈을 낼 만한 가치가 있는 걸로 이해하고 기꺼이 돈을 지불합니다. 뭐, 업자 입장에서는 장땡이죠.
정리
그럼 어떻게 해야 멘토링이 적당한 가격에 양질의 질답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을까요. 뭐 특별히 정해진 해결책 같은 건 없습니다. 특히 사교육계가 스스로 이걸 해결할 것이라 기대하면 안 됩니다. 학원가는 무조건 비용은 싸게, 가격은 비싸게 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겁니다.
이게 해결되려면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멘토링에 대한 피드백을 하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 어떤 멘토가 잘한다더라, 어떤 멘토는 너무 못한다더라, 어떤 멘토 덕분에 도움됐다, 어떤 멘토 덕분에 도움이 안 됐다 이런 것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어필할수록 사교육계가 스스로 이런 것을 바꿀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 업계는 이름값하고 이미지값으로 먹고 들어가는 게 태반이니까요.
사실 제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최근 들어 멘토나 강사들을 비교하고 재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굳이 깊게 호소하지 않더라도 위에서 언급한 멘토링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단지 지금은 완전히 해결되지 못했다는 점이죠.
그럼 왜 이런 글을 썼느냐, 모르는 학생들이 분명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이런 사실을 이미 알고 멘토들과 강사들을 스스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으면 애초에 위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학생은 학생인지라 그런 눈치를 채기가 쉽지가 않고, 학부모도 학생과 다를 바 없이 교육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일방적으로 당하는 일이 자주 일어납니다.
한마디로 여러분의 소중한 돈과 시간을 저질의 서비스 때문에 갈취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는 겁니다.
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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