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전공의 반발할 것”… 정부는 1시간 회의 뒤 2000명 발표
게시글 주소: https://9.orbi.kr/00068071738
2024.05.14. 오전 6:03
지난 2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보건 의료 정책 심의위원회 회의에서 조규홍(왼쪽 위)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당시 불참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 자리가 비어있다./뉴스1
의대 2000명 증원을 심의·의결한 올해 2월 6일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이 13일 공개됐다. 당시 회의 참석자 23명 가운데 의사 3명을 포함한 4명은 정부의 2000명 증원안에 반대하며 의료 현장의 혼란 가능성 등에 우려를 표하는 발언을 했다. 정부는 “당시 회의 참석 23명 중 4명을 제외한 19명은 2000명 증원에 찬성한 것”이라고 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서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것엔 이견이 없었다. 의료계의 A 위원은 “(고령화 등으로 인한) 미래 의료 수요를 감안할 때 상당 규모의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점은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정부가 (2000명) 의대 증원 수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 위원도 “우리나라가 현재 의사 구하기가 어렵고, (의대 정원을) 일정 규모로 증원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십분 공감을 하고 있다”고 했다. C 위원 역시 “의대 정원을 어느 정도 늘리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픽=송윤혜
작년 10월 보정심 산하 의사 인력 전문위원회(전문위) 회의도 마찬가지였다. 이 위원회 위원 13명 중 5명이 의사다. 당시 이 회의에서 의견을 밝힌 위원 10명 모두 의대 증원에 찬성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의견이 갈렸던 건 ‘증원 숫자’였다. 지난 2월 보정심 회의에 참석했던 한 위원(의사)은 “2000명 증원 발표에 대해 굉장히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2025학년도에는 350명, 많아야 700명 정도를 지역 인재 전형으로 증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대규모로 늘리면 폐교된 서남의대를 20개 이상 만드는 것과 같은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며 “전공의, (의대) 학생은 물론 전체 의사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다른 의료계 위원도 “2000명은 솔직히 너무 많다”며 “추후 (상황에 따라) 의대 정원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2000명이란 수치는 이후 조정 여지를 굉장히 닫아놓는 수치”라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500명 이상 1000명 정도까지는 증원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다른 위원은 “제가 생각했던 규모는 500명에서 1000명 사이, 거의 한 700명 정도가 맥시멈(최대)”이라고 했다.
이날 공개된 정부 자료에는 작년 10월 보정심 산하 전문위 회의에서 의사를 포함한 위원들이 각자 생각하는 ‘적정 증원 숫자’를 밝힌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의견을 밝힌 위원 10명 중 6명은 “1000명 이상 증원이 필요하다”고 했고, 2명은 1000명 이하로 증원해야 한다고 했다. 나머지 2명은 “가능한 많은 증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의사들을 포함해 ‘1000명 정도의 증원은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에선 회의 절차상 문제도 제기했다. 정부는 2월 6일 오후 2시부터 1시간가량 보정심 회의를 가진 뒤, 곧바로 당일 오후 3시 ‘의대 2000명 증원’을 발표했다. 당시 보정심 회의에 참석한 일부 위원들조차 회의에서 “지금 여기(2000명 증원)에 대한 토론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회의 끝난 다음에 2000명이라고 발표하면 보정심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한 전직 복지부 장관은 “당시 정부와 의사들만 참여하는 일대일 협의체를 만들어서 정부는 2000명, 의료계는 1000명을 출발선으로 증원 논의를 했다면 이 문제를 더 원만하게 풀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2000명 증원을 고수하다가 최근엔 각 대학 ‘의대 입학생 자율 모집’ 등을 허용하며 한발 물러섰다.
정부는 의료계를 향해 거듭 대화 제스처를 보내고 있지만 의료계는 “증원 백지화 없인 대화도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일각에선 “증원 자체엔 찬성했던 의료계가 4·10 총선 직후부터 증원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보건의료기본법에 명시된 보건복지부 산하의 주요 의료 정책 심의 기구. 정부는 사회적으로 의견이 엇갈리는 의사 증원 같은 정책을 결정하기 앞서 보정심에서 안건을 통과시켜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정책 추진의 근거로 삼는다. 전체 위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의결한다.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라 회의록을 남겨야 한다.
조백건 기자 loogun@chosun.com정해민 기자 at_ham@chosun.com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김상욱 부결? 0
이런 #~#
-
탄핵소추에는 당의 의지를 따라 반대표를 던졌지만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선 투표 참여는...
-
내가 말했잖슴 0
아무도 모른다고 찬반은ㅇㅇ
-
?? 0
뭐야 갑자기 급유턴 뭐야
-
물론 저는 과외할 성적도 실력도 안 되는 사람이지만 궁금해서 김과외 가입해서...
-
그래도 금투세는 싫은데 11
ㅈ됐네
-
제발 오르비에서 지랄 좀 하지 말고 니들 좋아하는 가로세로연구소 가서 전두환이랑...
-
문과 3합 6(과목별 2등급 이내) 충족률이 얼마나 되려나요..? 50%..?
-
ㅇㅈㄹ 해놓고 보면 높3에 1등급은 백분위 99~100인 걸로 학부모한테 자기들이...
-
거의 이과 최하위학과로 잡는 것 같은데 이정도면 완전 저점매수 아닌가
-
ㅈㄱㄴ 과장인가 아닌가 투표
-
서울대 지균 4
설대식 404점 인데 학교에다가 설경제 지균달라고 하면 줄까요? 평범한 경기 일반고에 엔수생입니다.
-
수능 최저 물리해도 될까요? 설대 or 고대공대 희망 5
내신으로 물화지 수강했고, 수능최저용으로 물지 생각해 왔는데 이번 수능 반응들...
-
나 전역 좀 하자
-
미국이 개입 해야...
-
어떤식이지
-
포고문 들어보면 제3항.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1. 표현의...
-
돈도 많고 자식들도 유학 보내놨으니 해외로 가면 그만인데… 나라 망해서 힘든건 서민들 뿐이네…
-
휴게실에서 노가리 까는 거밖에 못 봄
-
그냥 생각이다
-
오늘 미적 1명, 기하 1명, 확통 1명(수학 1등급, 과외 경험 있으면 우대해요)...
-
건동홍 쓸수있나요? 적정라인이 어디일까요 ㅠ
-
계엄 이해 된다 탄핵은 이르다 탄핵보다 개헌으로 가자...
-
재의결 정족수 법률안 의결 / 탄핵소추안 의결 재적인원 출석인원 구분 이거 전부...
-
스카 ㅈㄴ 어수선하네
-
오늘 너무 잘했고 대철수가 맞는데 틀극기 틀딱들한테 반역자 낙인 찍혀서 국힘 경선...
-
물리 이 쓰레기과목 때문에 최저가 안되네 과목이라고 부르기도 아까운놈 죽어
-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상세히 알아봐라 탱크 헬기 특전사공수부대 할 거 없이...
-
진학사 4칸 0
진학사 4칸 원래 불합격이라고 뜨나요? 몇 칸 정도면 쓰는게 좋을까요
-
??
-
저녁 ㅁㅌㅊ 4
배 안 고파서 오랜만에 소식함 쿠폰 써서 3,700원의 행복
-
한번 더 볼 생각이긴한데 홍대나 숙대 진짜 끝과라도 붙여놓고 시작하고싶어서요…혹시...
-
정치메타구나 4
전 정치 몰라서 패스
-
Tv 틀었는디 음..
-
오늘 독서실에서 3
물리화학 공부 했는데 어려워서 머리 녹는줄 알았음
-
영수증을 품목도 없이 백만원을 영수함 딸랑 이런식으로 몇억씩 해서 보내면 솔직히...
-
(국회법을 어기고 본회의장에 돌아오지 않으며)
-
방어 17
질문도 받아요
-
조교 지원 3
지원 대학 쓰는 칸이랑 일 할 수 있는 시간 쓰라는데 이걸 지금 알 수 있는거임?...
-
지금쯤 하시나요??
-
야식ㅇㅈ 5
술한잔 할게요
-
[속보]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투표 호소 가결이든 부결이든 상관...
-
계엄이 심각한거냐고 처물어보고 화내는 댓글에 날이 서있냐 이 ㅈㄹ하고 아니면 탄핵은...
-
네
-
ㅈㄱㄴ
-
남은임기동안 국정운영이제대로되는것은 당연히어려워지고 그러한상황에서대통령이어떤식으로...
-
걍 국제사회에서 북한 수준의 취급 당하는거, 윤석열 욕했다가 끌려가서 고문 당하고...
-
환산점수 0
메가랑 진학사랑 성적입력 똑같이 했는데 같은 대학 같은과 환산점수가 다르게 나오는데...
-
딸라 달라 6
딸라를 달라 ㅋㅋㅋㅋ
치과 한의사 약사 심지어 간호사 협회장이 왜 들어가 있으며, 정작 중요한 의사들은 최소 그것도 퇴장 후 거수 찬반 투표. 그리고 환자 협회들은 뭐 안다고 의사증원에대해서 투표권을 부여 하냐. 나머지 정부 측 쓰레기들 뿐... 이런 상황에서 누가 반대표를 던지겠냐....
병협이 최종보스일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