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츄오프 [665791] · MS 2016 · 쪽지

2024-07-17 22:56:29
조회수 2,588

240717 교직일기) 교권침해 그리고 서이초 1주기

게시글 주소: https://9.orbi.kr/00068760166

지난달 말부터 이번달 초까지 약 2~3주간 나는 심한 교권침해를 겪었다.

전교급 VIP 6학년 남학생이 한명 있는데(전동킥보드, 학폭, 도박 등 각종 사건사고에 연루되어 있다) 이 학생으로부터 교권침해를 겪었다.

--------------

학생은 나보고 이름을 부르며 OO아(야) 이렇게 외치기도 하고, 성적인 단어를 쓰면서 내가 하는 말에 낄낄 거리고, 성적으로 나를 비하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친구 대하듯이 나에게 기절놀이를 수업중에 해달라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며 내 앞을 지나가고, 수업 중 조용히 하라는 지시에 음담패설로 대응했다.

-------------

이러한 사안이 반복되니 담임선생님 통해서 학부모님께 말씀을 드렸지만 집에서도 케어가 안되는

 아이라 전혀 나아지는게 없었다.

그래서 나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준비하려고 했다.

---------------

그 아이는 처음에는 나에게 사과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다음날 갑자기 사과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도 사과를 받아야겠다는 말을 했다.

내용인 즉슨 지난 4월에 어떤 여자애가 자기를 놀릴때 내가 맞아 라는 표현을 쓰며 동조했다는 것이다.

(물론 전혀 사실이 아니고 그 상황에서 그 vip조차 같이 웃는 상황이었다.)

----------------

그 내용을 끌고 나오니 교무 포함 관리자 라인은 갑자기 분위기가 심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 vip가 이걸 아동학대로 신고하면 교보위는 교보위대로 진행되지만 아동학대는 별개의 건으로 유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진행되기에 내가 진짜 힘들어질수 있다는 것이다. 

-------------------

그 얘길 듣고나서 그날 오후 내내 우울해져서 심란하게 있다가 저녁 7시쯤 수면 약을 먹고 해가 떨어지기도 전에 잠에 들었다. 그리고 밤 12시에 깨서 갑자기 당장 ㅈㅅ해야지 이러다가 일어나려다 몸이 피곤해서 다시 잠들었다. 몸이 벌떡 깨기만 했어도 위험한 상황에 처할뻔 했다.

---------------------

그리고 나서 다음날 나는 결심했다. 어차피 살고죽는건 운이니까 나는 내 길을 가기로.. 교보위를 위한 증거는 차곡차곡 모으고 보복성 아동학대 신고가 있다한들 이겨내면 이겨내는거고, 못이겨내고 안좋은 선택을 하든 그 결과는 받아들이기로... 그리고 이걸 주변에 말하고 일단 이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

내일은 서이초 사건이 터진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최근에 저 일을 겪으면서 아동학대 신고는 여전히 교사를 

위협하고 있고 그 사건 이후로 1년동안 바뀐게 없다는걸 느꼈다. 


오늘 저녁, 나랑 동갑이었던 그 선생님은 1년전 이 시간에 무슨 느낌이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왔다.

내일은 학교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 옷차림으로 출근하려 한다.

아직도 바뀐건 없고 우리가 나아가야 될 길이 멀다는 걸 말하고 싶은 마음에 말이다.

저녁에 지역에서 열리는 추모제에도 참여하려 한다. 그리고 토요일에 서울교대에서 열리는 행사에도 마찬가지로 참여하고 서이초에 가서 헌화도 하고자 한다.

할수 있는건 다해야지,, 아직 잊지 않았음을 보여줘야지,,


최근 겪었던 일련의 사태들을 돌아보니 이번 1주기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번호가2개지요 · 1321415 · 07/17 22:57 · MS 2024

    이게 뭔… 힘내세요 선생님 항상 응원합니다

  • 검은 토끼 · 1313299 · 07/17 22:58 · MS 2024

    ㅠㅠ 화이팅하십쇼 선생님...

  • 현역학생 · 887047 · 07/17 23:01 · MS 2019

    ㅠㅡㅠ 화이팅!

  • 정의된개념 · 1167644 · 07/17 23:01 · MS 2022

    샘 늦기전에 탈출하세요.
    한살이라도 어릴때 다른길 찾으시길.
    저런 쓰레기들 꼭 상대하면서 살 이유 없으세요

  • Hace Fresco · 1262146 · 07/17 23:18 · MS 2023

    도움 드릴 수 있는 거라곤 응원 댓글 남기는 것 밖에 없어 무기력을 느끼네요..

    언제나 자기 자신을 최우선에 두시며 부당함에 침묵하지 않는 철인(鐵人)이 되시길..

  • 엑섹 · 990122 · 07/17 23:47 · MS 2020

    제가 입장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일수도 있는데
    그래도 아이 탓 너무 하지는 말아주십쇼
    그애도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살고싶진 않았을 테니까요
    대신에 그렇게 비뚤어질 수밖에 없었던 어떤 이유가 있었겠죠
    더 나쁜놈 되기전에 누군가 잡아줘야 하는데
    냉정하게 이런 사건이 사무적으로만 끝나버리면 그 애는 똑같은 짓 또 하고 다닐 것 같아요
    물론 선생님 건강이 우선이고 이쪽은 선생님께서 더 전문가이실 테니 선생님께서 알아서 잘 하시겠지만
    어른으로서 그 애를 바르게 잡아줄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아 안타까워 댓글 남겨봅니다
    마음 잘 추스르시고 평안한 밤 되십쇼 선생님

  • Brandnew · 1022118 · 08/06 15:27 · MS 2020

    오늘날 초등학교 현장을 잘 알지 못하실 수 있다는 점 이해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동의하기가 힘듭니다..

    더 나쁜놈 되기 전에 잡아줘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런 아이들은 경험상 십중팔구 교사가 백날 노력해도 바뀌지 않습니다. 기본 인성이라도 탑재한 아이들은 생활교육 어떻게 잘 하면 수업 중 문제행동도 줄고, 급우 관계도 많이 좋아지지만, 공포에 의해서만 통제가 되는, 사실상 정서행동장애로 의심이 되는 저런 특수한 아이들은 교사가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우리는 정신의학과 의사가 아닙니다.)

    저도 글쓴 선생님과 비슷한 아이를 겪고 있습니다.
    5학년짜리 문제아를 1, 2, 3, 4학년때 훌륭한 담임들이 온갖 방법 다 써 가면서 고치려고 해도 전혀 나아지지 않더랍니다. 이 아이는 지금 제가 맡고 있는데, 그동안 이 아이 맡은 훌륭한 쌤들이 입모아 너무 기대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이분들도 온갖 수단과 방법 다 써가면서, 감정 소모해 가면서 노력 했지만 바뀌는건 하나 없었단 거지요.

    그 아이는 지금도 제 수업 중 급우한테 시비 걸고 고의로 수업 방해하고 온갖 난리 다 칩니다.
    저도 학기초에 나름 어떻게든 끌고 가려고 PDC 긍정훈육에 나오는 방법 하나씩 다 써보고, 가정과도 연계해 보려고 노력을 했는데, 이런 노력을 비웃듯 백날 타이르고 좋게 얘기해 봤자 거기에 토 달고 반항하고 전혀 듣지를 않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은 교사가 아이를 공포로 누를 수도 없는 상황이지요.

    지금 교사가 뭘 할 수 있나요. 이런 나날이 계속 반복되면 교사도 결국에는 소모되고, 결국에는 사무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는게 당연한 것이 아닐까요. 교사 멘탈이 무한하지 않습니다.

    요즘 교사들 중 아이를 바르게 잡아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사람 거의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근데 그건 이상적인 상황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글 쓴 선생님도 아이를 바르게 잡기 싫어서 교보위 열고 대응하려고 하시는건 아닐 겁니다. 저도 아이한테 수업중에 인격모독 당하고, 원치 않게 신체 접촉 당하고, 수업 계속 방해 당하는데 매일 매일이 지옥이고, 환멸이 나 교보위 열고 싶습니다. 솜방망이 처분일지라도요.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바르게 잡아주란 말은 욕과 다름 없게 받아들여질 겁니다.

  • 센츄오프 · 665791 · 08/18 06:21 · MS 2016

    교사가 할 수 있는게 전혀 없다는게 문제입니다. 바로잡으려다 운 나쁘면 오히려 아동학대 신고당할 수 있는 껀덕지가 될 수도 있구요, 운이 나쁘지 않아서 그렇게는 되지 않더라도 교사가 갈려나가는게 문제입니다. 댓댓글 달아주신 선생님 말씀대로 그 문제 학생의 이전학년 담임선생님들, 보호자, 현재 담임선생님(저는 전담이므로)까지 모두가 수고해주고 계시지만 그 학생은 그러한 노력을 비웃듯이 오히려 더 크게 사고를 치고 있습니다(글 쓰고 나서 알려진 사실이지만 전자담배 거래도 있었습니다). 그 학생과 저를 분리시키는 기간을 조금이라도 늘려보고 제 자신이 올 한해를 무사히 버티는데 도움이 되고자 교보위를 알아보는 겁니다. 9~12월을 꽉 채워서 그 학생이 계속 교권침해를 일삼는 것을 스스로 견디다간 도저히 못견디고 탈이 날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저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준비하려고 합니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가 할 수 있는게 정말로 없습니다..

    댓댓글 달아주신 선생님께서도 정말 고생 많으십니다. 쉽지 않은 학생 맡아서 이런저런 시도 해봐도 소용없고 오히려 더 나쁜 행동만 할 때 느껴지는 무력감, 헛수고 등이 정말 진빠지게 했던 것 같습니다. 2학기에는 조금이라도 덜 사고치며 그나마 쉽게 흘러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