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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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이다. 그래서 술을 좀 마셨다.
토요일이 생일이지만... 토요일엔 일요일의 수업 준비를 해야하니 금요일날 마셨다.
오늘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02-760-... 으로 시작하는 전화. 항상 받기 꺼려진다.
학과장님 면담과 학업증진서약서 같은 걸 쓰라는 내용이었다. 알겠다. 하고 끊었다. 사실 모른다.
힘든 현실을 계속해서 직시해왔다. 눈을 돌리고 싶었다. 타인에게 기대길 원해도 봤다. 기대도 봤다.
내 머리에 창을 꽂아 전시한 건 누군가. 날 이렇게 만든 사람은 누군가. 누가 내가 다른 사람이 창을 뽑아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만들었나. 나다. 내 자신이 날 만들었다. 그걸 안다.
고등학교 시절엔 생일을 축하받았다. 친구들은 매점에서 사온 과자를 나에게 선물로 줬다. 얼마나 즐거웠나. 지금은 그런게 없다.
아무도 없는 방에. 모두가 나가버린 방에 혼자 갇혀있다. 왜 안 나가냐. 나가서 갈 데가 없으니까. 누가 갈 곳을 없앴냐. 내가 없앴다. 도대체 왜.
이 모든 것들이 도피를 위해 내가 만든 이기적 허상임은 안다. 알아도 계속 도피하고 싶다. 받아들인다면. 내가 뭔 짓을 할지 모르겠다. 계속 피하고 피한다. 언젠간 따라잡힌다는 걸 알기 때문에 두려움에 떨며 도피한다. 배가 아픈데 왜 아픈지 알기 싫다. 그냥 장염인지, 대장암인지. 아무도 모른다. 아는 게 무섭다. 낫고 싶지도 않다. 도피를 위해 만든 가짜 고통일 수도 있으니까. 만일 낫는다면 도피가 없어지니까. 진짜 고통을 직면하게 되니까.
전부 다 알고 있으니까 더 한심하다. 얼마나 한심하냐. 어떻게 다 허상인지 아냐고? 기억의 삭제, 왜곡. 방어기제. 인간이 어디까지 몰렸길래 이딴 방패까지 휘둘렀을까.
남이 와서 날 이해해주길 바라나? 아니다. 이해해준들 내가 덜 아플까. 아니다. 아프긴 계속 아프다. 아픈 건 변하지 않는다. 이중 삼중으로 숨어버린 진짜 고통이 낫기 전까지는.
더 이기적인 인간이 되면 오래 살테야. 내 방식대로만 살아가면 더 오래살 수 있을 거다. 그런데 그러기엔 난 여리다. 남이 상처받는다면 도대체 뭘 위해 살았나. 내가 한 일은 도대체 다 뭔가.
내 자신을 바꾸기 위해 여러가지를 해봤다. 공부도 해보고 일도 해보고 책도 많이 읽었다. 얻은 게 뭐냐. 실패들과 실패와 실패다. 일은 날 정신적 코너로 몰아세웠고 공부는 학교 생활을 실패하면서 흥미를 붙이는데도 실패했다. 책에서 읽은 지식들은 자기를 위로하기 위한 화려한 미사여구 같은 것들이었다.
대학에서의 간질발작. 난 그들의 눈빛을 기억한다. 기억한다. 그것들을. 얼마나 잔인했는가. 나는 얼마나 추했을까. 그들의 눈빛은 얼마나 잔인했나. 나는 얼마나 약해졌나. 어떻게 스러졌나. 그 때부터 그냥 피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날 신경쓰지 않을 때에도 혼자 피했다. 혼자 도망갔다. 왜. 뭘 위해서.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 그래서 얻은 게 무어냐. 참으로 한심한 재만 남았다.
난 여태 제대로 살았나. 아니다. 아니다. 날 대하는 행동들. 최선은 아니었지만. 제대로 했나? 아니다. 그것도 아니다. 무슨 질문을 해도 아니라 할테고 무슨 말을 해도 듣질 못할테다. 이미 머릿속엔 지하벙커를 지어놨다. 자기 방어를 위한 단단한 지하벙커. 자신의 낮은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깎아내리기를 위한 최고의 도구.
질문들이 무슨 소용인가. 이미 앞선 심리상담에서 실패한 질문이다.
현실을 기만하고 살면 된다? 기만이 어디까지 갈 것 같으냐. 기만이 무너진 것을 난 봤다. 어머니의 빚과 외도. 난 봤다. 그걸로 고통받는 걸 봤다. 보고 느꼈다. 고통의 대상은 나였다. 어떻게 되었나. 나는 지금. 기만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기에 기만할 수 없다.
암울한 기억의 잔재들을 치우려는 노력은 해봤나? 했다. 얼마나 괴로웠으면 무의식이 기억을 지웠겠나. 우울증 환자가 약을 먹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괴로운 것과 같다. 기억을 지운 것 자체가 괴롭다. 지운 기억을 되돌린다고 해도 어차피 괴로운 기억인데....
항성을 잃은 행성이다. 혜성이 된다.
스스로 몸을 깎아 얼음 조각으로 꼬리를 만들며.
부딪히기 전에. 한번만이라도 아주 밝은. 꼬리를 만들자.
한번은 만들어 봐야겠지. 한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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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힘내세요... 얼마나힘드실지 공감이가네요.... 저도 뇌종양으로 돌아가신 사촌누나가 계셔서 남일같지않네요..
상식적인 인간은 윤리적 잘못 이외에 어떠한 병에 걸린 사람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습니다.(그렇게 평가했다간 아싸되기 좋겠죠?)개인적으로 평가하자면 우울증의 증상중 하나인, 현실을 왜곡하고 타인이 자신을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본다고 생각하는 것이 글쓴이님의 마음 속에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물론 제가 코드킴님 입장이라면 감당하기 어려울 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냥 그렇구나 하지 별 생각 없습니다. 그냥 자기 할 일 바쁘죠. 외국에서 수백만의 사람이 굶어죽어도 자기 이 하나 썩은게 더 중요한게 사람입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빼먹고 이야기를 안 했네요
생일 축하해요..
생일 축하드려요^^ ㅠ
생일축하드려요!(≧∇≦)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