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귤러 [655993] · MS 2016 · 쪽지

2016-09-27 02: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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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안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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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캐시 게임이 아닌 토너먼트 방식의 홀덤에서 테이블에 나를 포함해 단 2명만이 남았을 때를 'Heads-Up' 이라고 한다.
몇백, 몇천명의 사람들이 떨어져 나가고, 많던 테이블들도 모두 정리되는 사이, 앤티는 어느새 천장을 두드리고 있다.
나는 유난히 이 헤즈업에 약한 모습을 보였었다.

02
새틀라잇 토너의 마지막 테이블의 헤즈업을 경험해본 기억이 있다. 주로 마이크로에서 그라인딩을 했었기에 별 생각 없이 참여한 토너였다. GMT-5 11:00, 한국시간 00:00에 시작한 판은 2시가 되어서야 마무리되었다.

03
내 마지막 핸드는 A9s였다. 상대가 프리플랍 올인을 때렸고, 콜했다. 플랍에서 A가 나왔고, 턴 리버는 별 의미 없는 카드였다. 상대는 AJ로 폿을 가져갔다.
그대로 테이블에서 나왔고, 한끗차로 티켓을 얻지 못한채 토너먼트를 끝냈다.

04
키커로 지는 경험은 별로 유쾌하지 않다. 나의 미숙함이라는 패인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차라리 상대가 아자 투페어로 나를 꺾었으면 더 속시원했을 것이다.
나는, 결국 나 자신한테 진 셈이다.

05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옛날 일을 떠올리니 발이 푹푹 잠기는 눈이 내리는 듯 하다. 슬슬 눈꺼풀이 무거워지는걸 보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듯 하다.
헤즈업에서 이겨야 할 대상은 쌍심지를 키고 나를 모니터 너머에서 노려보고 있을 플레이어가 아니라 체크 콜 벳 버튼 사이에서 마우스를 쥔채 갈등하고 있는 이 손의 주인이다.
어쩌면 오늘의 잠을 멀리 쫓아낸 것도 머릿속 번뇌가 아닌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눈이 점점 그친다. 발자국을 이부자리 삼아 잠을 청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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