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영역은 수학이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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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영역은 수학이다 2.
안녕하세요. 오희엽 선생입니다.
펑가원의 승소 판결이 났네요. 작년이었다면 법정에 가기도 전에 학생 측의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졌을 공산이 매우 큰 사안이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2014학년도 수능개편안의 핵심 중 하나인 범교과적 출제에서 교과 중심 출제로의 변화가 사단을 일으켰다고 봅니다. 제도 변화의 과도기에 왕왕 있어왔던 사고가 이번에는 세계지리에서 일어난 것입니다.
어린 나이에 이런 거대한 사건의 중심에 섰던 학생들의 무너진 마음을 생각하면 참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완전하지 않은 인간들이 모인 세상이라 세상 자체도 부조리하고 모순된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일을 지켜보는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무척 불편하였습니다. 저는 그냥 조용히 여기에 관련된 또는 관심 있게 지켜본 학생들이 다친 마음을 잘 치유하고 더욱 단단한 모습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오늘은 국어영역에서 용어에 대한 적확한 이해가 국어영역의 실력을 한 차원 높이는데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에 대해 말씀 드리려 합니다.
다음은 2012년 수능에 나왔던 ‘천변풍경’과 같은 해 6월 평가원 모의에 나왔던 ‘가객’에 나왔던 발문입니다.
윗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쓰다’라는 단어에 대응하는 한자어로 ‘서술하다’, ‘기술하다’ 등이 있다는 것 정도는 우리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 문두에 ‘기술상의 특징으로’라는 표현도 쓸 수 있을까요? 가만히 떠올려 보면 이와 같은 표현을 소설 파트의 발문이나 선택지에서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됩니다. 그렇다면 ‘서술하다’와 ‘기술하다’는 어떤 의미의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러한 습관적 의문이 학생의 당해 영역의 실력을 다른 차원으로 이끌어 올린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풀이가 되어 있습니다.
서술(敍述)하다: [동사] 사건이나 생각 따위를 차례대로 말하거나 적다.
기술(記述)하다: [동사] 대상이나 과정의 내용과 특징을 있는 그대로 열거하거나 기록하여 서술하다.
‘둘 다 어떤 것을 글로 적는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만 그 말이 그 말 같죠. 이 점이 우리가 사전만 갖고 공부하는데 애로를 느끼는 대목이죠.
한번 같이 그 차이를 알아볼까요.
우선 어떤 대상(사물, 현상, 사건)에 대해 생각할 때는 항상 다음의 네 가지 방식을 사용하시기를 권장합니다.
1. 비교
2. 대조
3. 구체의 일반화 또는 추상화
4. 일반이나 추상의 구체화
‘서술하다’는 ‘차례대로’ 라는 부분이 핵심인데, 즉 어떤 시간이나 공간이나 과정을 순서에 맞게 적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순서에 맞게 하려면 어떤 기준이 있어야 하고, 그 기준을 세우는 사람의 주체적 판단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따라서 ‘서술하다’라는 용어에는 필자의 주관성이 개입되는 주관적인 글이라는 의미가 함축된 것이죠.
반면에 ‘기술하다’는 ‘있는 그대로’에서 보듯이 필자의 주관성을 최대한 자제하고 글에 있어 객관성을 유지하라는 의미가 이미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술’은 ‘서술’보다 객관적으로 조직적으로 적는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논술은 어떤 주제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하는 글이다.’
‘역사가는 무수한 사실 중에서 의미 있는 것만을 선택하여 역사를 서술한다.’
‘ 이 책은 고려시대의 상속 제도에 대한 모든 내용이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 양자역학은 소립자의 세계를 바르게 기술한 것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같이 구분해서 쓸 수 있는 것이죠.
이번에는 대학 논술의 논제에 자주 등장하는 ‘양상’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살펴볼까요.
다음 (가)의 글은 현대 소비사회의 특성을 묘사하고 있다. 오늘날 (나)와 (다)의 삶의 방식이 (가)의 소비사회와 갈등을 빚는 이유와 양상을 서술하고, 그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자신의 관점에서 논술하시오 [2004학년도 이화여대 논술고사]
양상(樣相): [명사] 사물이나 현상의 모양이나 상태.
우리는 ‘양상’을 보통 ‘모습’ 정도로 이해하고 독해합니다. 물론 그 정도의 이해로도 글을 써나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한 단어에 담긴 의미의 깊이와 폭을 더 정확히 파악할 때, 우리의 사고 역시 더욱 정교한 깊이를 가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언어는 사고의 집이니까요. 이 말은 제가 하는 말이 아니라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가 한 말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만큼만 사고한다는 것이죠. 언어는 인간의 유일한 사고의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어 공부는 국어 공부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양상’이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 관점이 개입되어 있습니다.
‘양’이란 공시적인 관점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소비 행태, 예를 들어 ‘과시 소비’라든지 이런 걸 언급할 수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여기까지는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상’의 의미는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죠. 문법에서도 배웠겠지만 ‘상’이란 양태가 완료된 것인지, 지속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즉 이 말에는 통시적인 관점이 이미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위 논술문에는 어떤 대상의 변화 과정도 언급해야 하는 것입니다. 즉 과거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최근에 와서 이런 ‘과시 소비’ 현상이 심해졌다는 등 이런 진술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이유와 양상’이라고 했으니까 여기에 인과적인 고찰도 같이 하라는 출제자의 지시가 논제에 숨어 있는 것이죠.
이렇듯 국어영역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에 보다 관심을 갖고 그 의미와 용례를 찾아보고 생각해보는 습관을 가진다면, 우리 모두는 보다 높은 수준의 국어 실력자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언어에 관심과 애정을 갖는 태도야말로 국어영역 공부의 진정한 출발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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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국어영역 관련 질문 드립니다. 이번 수능 A형에서 마지막 비문학 지문에서 두 문제를 찍은 학생인데요. 그 지문 처럼 정보가 많은 지문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요? 역대 기출 지문중에 그 지문 처럼 정보가 많은 기술 지문은 뭐가 있을까요? 답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보량이 많은 지문이라고 문제 수가 많아지는 것은 아니죠. 정보량이 많건 적건. 비문학은 어차피 그 지문 안에서의 핵심 정보를 물어 보는 것입니다. 그 핵심 정보는 문제의 발문, 특히 선답지에 이미 나와 있습니다.
따라서 선답지를 미리 읽어 선답지를 조작할만한 내용에 미리 표시해두고 지문을 읽어나가면서 그 부분을 체크해 나가는 방법이 좋습니다.
비문학 출제자는 지문을 먼저 만들어 놓고 문제를 만들기도 하지만, 대부분 문항 설계를 미리 어느 정도 한 상태에서 선답지 진술을 만들고 조작하는 가운데 그 지문의 내용을 계속 수정해 나갑니다. 이런 부분(지문의 구성과 선답지 조작)에 대해서 조만간 글을 올리겠습니다.
2010학년도 수능 기술 지문 '장비의 신뢰도'에 관한 지문과 문제를 한번 풀어보세요.
감사합니다!!
저는 과학 기술 지문이 항상 문제인데요. 과학기술지문은 어떻게 공부하고 접근하는게 좋은 지 조언 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ㅠ
질문을 지금 보아서 답글이 늦어 미안합니다. 통상적으로 문과생은 과학 ,기술 지문을 이과생은 사회와 예술 지문을 특히 어렵게 느낍니다. 수준별 수능이라고 하지만 과학 기술은 오히려 A형이 B형보다 더 어렵죠..
가장 빠른 방법은 몰입식 공부입니다. 94학년도 이래 지금까지의 평가원 출제의 과학 기술 지문을 전부 끌어모아 그 지문에 나와 있는 개념을 확실히 공부하고 다지는 것입니다. 문제 풀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문에 나와 있는 특정 이론이나 원리의 개념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교사용 주석이 달려있는 해설 기출 자료를 구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집중적으로 몇 번을 돌립니다. 예를 '물의 성질', '원자 구조의 이해' 등 그야말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원론적인 이론을 공부해 초등학생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그 개념을 이해하게 되면 그 어떤 지문을 만나도 두렵지가 않습니다. 또한 비문학 지문도 돌고 돈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 알게 됩니다.
그 다음에 중요한 것이 누누히 강조하지만 선답지 보는 눈을 키우는 것입니다. 이건 비문학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문학 지문이나 화작에도 똑같이 통용되는 얘기입니다. 특히 비문학은 선답지를 보면서 지문의 핵심 내용을 미리 예측함과 동시에 답선지의 어느 부분을 출제자가 어떻게 조작했을 거라는 추정이 가능할 정도의 수준까지 그 보는 눈을 키워야 합니다.
수능은 궁극적으로 배경 지식을 테스트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배경지식이 탄탄하면 아무래도 유리한 것은 사실이죠. 그래서 과학지문이 문과 학생보다는 이과학생에게 유리했었구요. 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내용의 과학 지문일지라도 결국은 선답지와 내용 상의 논리 관계를 묻는 것입니다. 이것이 수능의 본질입니다. 그래서 이 논리 관계를 빨리 파악할 줄 아는 눈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힘든 일에 도전한다는 자세로 과학기술 지문을 회피하지 말고 더 자주 보세요. 그러면 어느 사이에 과학기술 지문도 참새구이님을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
교사용 주석이 달린 해설 기출 자료는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요? 전 그런 자료가 있다는 걸 처음 들어봐서요.. 구해서 선생님 말씀대로 공부해보고 싶네요!
서점에 일반적으로 비치해 놓지는 않죠. 총판영업사원들을 통해서 선생님들에게만 들어가는 것이니까요. 웬만한 문제집이건 기출문제집이건 다 교사용을 발행합니다. 물론 여기에 퀄리티의 차이가 존재하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구하시려고 한다면 제법 큰 서점에 교사용으로 주문하면 될 것입니다. 인터넷 서점에도 주문해 보세요. 저는 해 본적이 없어서.^^ 교사용은 보통 학생용의 20~30% 정도의 부수로 발행해서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이나 강사분들에게 연구용으로 돌려 집니다.
기출문제집에도 저자 이름이 있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지문에 대한 주석과 해설을 달았기 때문이죠. 가장 대표적인 기출 문제집 출판사들의 책을 구입하는 것이 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부연한다면 국어 영역뿐 아니라 다른 모든 영역, 모든 과목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교사용이 모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