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과외는 어떤 사람이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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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간, 수능 국어를 가르치며 든 생각들 [3부]
Q. 제가 과외를 해도 될까요?
저도 들었던 생각입니다.
가르치는 초반엔 저에 대한 확신이 없다보니 다른 선생님들을 뵐 때마다 여쭤봤습니다.
누군가를 가르칠 만한 자격에 대해서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1등급을 놓친 적이 없는 강사
한 달에 한 번은 벽장 가득 채운 책을 갈아 치울 정도로 책을 읽었던 친구
가르치는 것을 너머 진심으로 학생들을 대하는 선생님
저는 이 셋 중 어디 하나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의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수십명의 학생들의 가르치고 난 뒤 지금
의심은 강한 확신이 되었습니다.
저는 수능 과외만 합니다. 내신은 가르치지 않습니다.
따라서 수능을 기준으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성적은 높으면 높을수록 좋겠지만, 1등급은 맞아야 합니다.
수능 1등급이 아닌 경우 이전의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1등급을 맞아본 경력이 꽤 있어야겟죠.
성적은 이 정도.
이 이후엔 온전히 본인의 준비 문제입니다.
많은 강사들이 얘기하듯, 성적과 가르치는 실력은 별개입니다.
이는 수많은 학생들을 지도하며 스스로 설명을 시키는 훈련을 할 때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백분위 98, 99, 100의 높은 성적보다 더 귀한 건 잘 가르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내신이든 모의고사든 수능이든 대부분의 시험에서 물리만큼은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물리는 가르치는 걸 포기했어요.
제가 못 해본 적이 없거든요.
도대체 왜 이 과정이 이해가 안 가는지 납득이 안 됐습니다.
수업에서 몇 번 실패를 겪고 물리는 검토자로서만 활동하기로 다짐했죠.
그럼 어떤 걸 할 줄 아는 강사가 잘하는 강사인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1. 학생의 독해 심리를 꿰뚫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하위권에서 최상위권으로 도약한 강사가 그래서 수요가 있는 겁니다.
만년 5등급에서 최상위권이 된 제가 강사로서 수요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딱히 학생들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그들의 흔적만으로 어떤 수준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미 제가 다 경험해본 거니까요.
예를 들어볼까요?
아래는 제 학생의 예시입니다.
왼쪽은 지도를 받기 전, 오른쪽은 지도를 받은 후의 지문 위 표시입니다. 어떤 표시가 더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했다고 보이나요? 당연히 오른쪽입니다. 이건 공부를 조금 하신 분들이라면 누구든 답할 수 있겠죠?
그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지도하기까지 어떤 점들을 고쳐야 하는지 보이시나요?
다시, 왼쪽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말할 수 있나요?
여러가지가 있지만 아래가 대표적입니다.
1. 개념의 범주 구분이 불분명하다.
2. 문단 간 유기적인 독해가 힘들다.
3. 미시적인 인과의 이해가 정확하지 않다.
강사는 이걸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학생은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모르고, 심지어 본인이 이 내용을 이해했는지 못 했는지도 잘 분간하지 못합니다. 강사가 이걸 끄집어 낼 수 있어야 해요. 저는 오랜 시간 이 모든 걸 경험하고 극복했기 때문에 경력 초반에도 이것이 가능했습니다.
2~3개월만에 사설 모의고사에서 40%이상의 백분위 상승을 보였지만 실제로 수능에서 그만한 성적을 얻기까진 1년하고도 반년이 더 걸렸습니다. 지금 보면 너무도 귀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아! 그럼 강사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췄을 경우에 큰 가치가 있겠네요.
다양한 수준과 상황에서 공부 경험을 쌓은 강사
이게 되고 능숙한 강사는 온라인 강의를 해도 좋습니다.
직접 그 풀이 흔적을 보지 않아도 학생의 부족한 점을 캐치할 수 있으니까요.
2.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냥 읽는 건데?’
‘당연히 이건 중요하잖아’
그냥, 당연히
이와 같은 부사들은 우리가 철저히 지양해야 하는 단어들입니다.
‘첫 문단은 정말 중요해’
‘경제 지문은 인과관계가 출제 포인트야’
‘과학 기술 지문은 상황을 떠올리며 읽어’
‘(중략)을 전후로 한 상황 변화에 주목해!’
그저 이렇게만 태도를 제시할 뿐이라면 하지 마세요.
수능 국어에 대한 고찰이 여기서 머무르신다면 당신은 그저 수능을 잘 본 사람일 뿐입니다.
가르치는 사람은 대체 왜 저 태도들이 요구되는지를 본인만의 논리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이 답할 수 있겠네요.
첫 문단이 정말 중요한 이유는 수능 국어는 두괄식 서술을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글의 머리, 즉 서론에 지문의 전체적인 내용을 개괄해 주는 서술을 말합니다. 항상 서론이 첫 문단으로 정의되는 건 아닙니다만, 첫 문단을 기준으로 서론의 범주가 결정되는 것은 맞습니다. 글의 처음부터 나중에 나올 내용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데 이를 놓칠 이유는 없죠.
그리고 여기서 어떻게 그 이후의 내용들을 예측할 수 있는지 본인만의 논리적이고 본질적인 방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3. 책임감이 있어야 합니다.
당부드립니다.
책임감을 가지세요.
고작 수능 조금 잘 본 거 가지고 편하게 돈 벌 생각하지 마세요.
우리는 학생의 성적을 책임집니다.
이 성적은 수능으로 직결되어 어쩌면 평생동안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학생에겐 은사가, 어떤 학생에겐 원수가 될 수 있습니다.
처음 수업하시는 분들은 약간의 부담감을 갖고 수업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매번 수업이 끝날 때마다 학생의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해줬다는 느낌이 드셔야 해요.
우리는 일반적인 알바보다 몇 배의 시급을 받습니다.
무의미하게 시간을 떼우는 것은 절대 스스로 용납하셔선 안 됩니다.
4. 시중의 유명한 강사보다 분명히 나은 점을 만들어야 합니다.
참 어렵죠.
굳이 강의력이나 컨텐츠가 아니어도 됩니다.
우린 수년 간의 대치동 경력도, 수백만원의 월급을 주며 만든 컨텐츠 팀도 없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왜 우리에게 과외 수업을 듣는 걸까요?
학생들에게 얘기를 들어본 결과 몇 가지로 요약이 됩니다.
1. 많은 학생들이 다같이 듣는 현강의 분위기가 맞지 않는다.
2. 매번 개별 첨삭을 받으며 효율적인 학습 및 관리를 받고 싶다.
3. 개인적으로 풀리지 않는 문제점이 있고 그 솔루션을 받고 싶다.
(강사의 수업이 그 해결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될 경우)
4. 상위권에서 최상위권으로 가는 실력을 만들고 싶다.
5. 인/현강을 따라가지 못 할 정도로 실력이 낮다.
특히 1번과 2번의 경우가 많겠죠. 3,4,5번의 이유로 찾아오더라도 2번 사유는 항상 기본으로 깔리곤 합니다. 이게 과외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고요. 3,4번은 경험상, 수업을 많이 하면서 그에 맞는 실력도 길러졌을 경우에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사유입니다.
이 사유를 직접적으로 해결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야 합니다.
수업을 들으며 본인이 무엇을 학습하고 있고 이를 통해 어떤 학습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인지시켜주세요. 그리고 이것이 왜 필요한지, 학생 개인의 문제점들과 결부시키며 설명해 줍시다. 이 정도만 해줘도 기본적인 경쟁력은 갖추는 것입니다.
5. 그렇다고 신기한 방법으로 학생을 현혹시키진 마세요.
본인이 본 수능이 우연찮게 특정 방법론에 잘 맞아서 높은 성적을 받아, 이것이 진리인 줄 알고 본인의 학생에게 강조하는 분이 분명 있을 겁니다.
저는 강의를 하며 간혹 학생들이 생각치도 못 한 놀라운 통찰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학생들은 도대체 이걸 어떻게 생각하냐는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죠. 해설을 해주면 다들 납득하는 분위기입니다. 제가 이미 알려준 기본기로 계속 논리를 이어나가거든요.
대립되는 두 상황이 나오면 그 상황 속 인과를 철저히 비교해 보아라.
이항대립적 키워드를 추출하여 정보를 처리하라.
정보량을 줄이는 가장 좋은 도구는 이해이다.
평가원은 잉여정보를 철저히 지양한다 : 재진술에 주목하라
옯창 여러분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태도들이죠? 이 네 가지만 잘 조합해도 제대로 분석 못 할 지문은 전혀 없습니다.
신기한 방법으로 뭔갈 보여주려면 오히려 뻔하디 뻔한 이해도만 나올 뿐이고 오히려 간단하게 갈 수 있는 길을 멀리 돌아가는 느낌이 듭니다. 가장 중요한 건 기본기입니다. 그 기본기를 잘 정리하세요.
신기한 방법으로 뻔한 결과를 도출하는 게 아닌 기본기에 집중하여 논리적인 결과를 만들어내세요. 이는 모든 과목에서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수학과 과탐에서 더 잘 통할 태도입니다.
따라서 강사도 수많은 연구 시간을 가져야 해요.
따로 연구시간을 내기 힘들다면 수업 시수라도 몰아칩시다.
생각보다 경험치는 정말 많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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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하기전 필독해야할 칼럼이군요..
좀 부족해 보이는 내용은 계속 수정해서 추가하겠습니다... 감사해요 ㅠ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내용으로 글 쓸 계획입니다!
국어 과외는 진짜 할 엄두가 안나네요..
뭔가 학생을 제가 이해하는것도 이해시키는 것도 어려울거 같음 ㅠ
지문 해설지 몇 백 페이지 쓰는 훈련은 해야 강사로서 기본기가 생기더라고요,,, 힘들죠 ㅠㅜ
정독했습니다!
국어는 정말 엄두가 안나더라구요 ㅋㅋㅋ
사실 국어뿐만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수능 잘 보게 해줄 정도의 강의를 할 자신도 없구 ㅋㅋㅋ
요즘 국어 해설지를 쓰는데 어디까지 설명해줘야 할지 감이 안잡히네요 ㅠㅠ 작수 헤겔 지문 같은건 어떻게 이해시켜줘야 할지도 막막하고.. 제가 하는거랑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키는건 다른 영역 같아요
그건 모든 저자들이 하는 생각 ㅠㅜㅠㅜㅠ
수업은 그냥 첨언하는 식으로 말 몇 마디 덧붙이면 되지만 해설지를 쓰는 건 아예 다른 영역이죠
수고가 많으십니다
케인추
프사 바꾸셨군요 ㅎㅎ
눈썰미좋으시네요 ㅋㅋㅋ
응애응애
응ㅇ
응애
당첨
응애
당첨
응애
응애
당첨
이래서 국어 과외를 못하겠습니다...
+이제 22학번으로 들어가는데 과외구하는 팁 있을까요..?
글 보니까 좋은 대학 합격하셨더라구요! 축하드려요 ㅎㅎ
일단 학교 생활 하시다 보면 기회는 자연스럽게 올 테니 걱정 마세요
2번 김동욱T 티칭방식인데...
아 그쵸
제가 김동욱 선생님을 수강했기 때문도 있습니다
사실 강사들 하는 말이 다 똑같죠
근데 저기서 시작하는 제가 수업하는 방식은 좀 다르긴 합니다 ㅎㅎ;
ㅋㅋㅋㅋㅋ아 학생 예시 제 고1때 보는 거 같네요 일단 사람 이름엔 네모 치라고 아 ㅋㅋ
수능 3등급도 과외하는걸 보고 저는 그래도 하도 되겠다는 생각을 함..
참고로 서울대.. 6등급 받은 과탐도 가르침…
학생에게 공감을 못하는 강사는 실력이랑 상관없이 못가르치는 강사인거임. 근데 그게 쉽지가 않아서... 전 학생 구할때 애초에 선별적으로 받음. 수학은 그나마 괜찮은데 국어 영어는 ㄹㅇ 공감이 힘든거같음.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아놔....과외 해볼랬는데 이거보니까 국어 20수능 5등급 1년쉬고 22수능 1등급인데도 차마 못가르치겠네요 진짜....비문학은 화작문학 시간 단축해서 그냥 풀어서ㅠㅠㅠ 비문학을 깨쳐본적이 없으면 역시 하면 안되겠죠...?